2026. 05. 25

사나 죽으나

민수기 27장 12-23절

사나 죽으나

민수기 27장 12-23절

오래 전 시내산으로 모세를 부르셨던 하나님께서 모압 평지 아바림 산으로 다시 한 번 모세를 부르셨습니다. 산 위에 오른 모세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시겠다 약속하신 땅 가나안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하나님의 말씀은 참 무거웠습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이 아바림 산에 올라가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준 땅을 바라보라. 본 후에는 네 형 아론이 돌아간 것 같이 너도 조상에게로 돌아가리니” 민수기 27장 12-13절

출애굽의 여정을 모세와 함께 했던 형제 자매, 미리암과 아론이 앞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살아 숨쉬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아직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죽음은 미지의 영역이며, 두려움입니다. 나의 죽음도 두렵지만 사랑하는 이를 앞서 보낸다는 것은 어쩌면 더 큰 슬픔이며, 두려움입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도 조상에게로 돌아가리라.” 모세의 죽음이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죽음, 끝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여야 할까요? 많은 사람들은 마치 영원을 살듯이, 죽음은 나와 상관 없다는 듯이 삽니다. 그러나 애써 무시하고, 오늘과 같은 내일이 당연한 것처럼 산다해도 결국 죽음은 어느 순간 내 앞에 놓입니다. 죽음을 무시하고 살던 사람들이, 나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라는 사실을 비로소 실감하게 되면, 이제는 당장 세상이 끝날 것처럼 두려움에 떱니다. 아직 숨쉬고 있는 동안에도 절망의 노예가 되어 버리지요.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약속하셨습니다. 부활의 첫 열매가 되신 예수님과 함께 우리도 죽음을 이기고 하나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입니다. 하지만 믿음의 정도가 저마다 다르기에, 분명 하나님을 믿지만 다가올 죽음이 여전히 두렵고 떨리는 우리가 있습니다. 믿음으로 사는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여야 할까요? 모세의 마지막이 우리에게 좋은 본이 됩니다.

모세는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남겨질 이스라엘을 생각하였습니다. 모세는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여호와, 모든 육체의 생명의 하나님이시여 원하건대 한 사람을 이 회중 위에 세워서 그로 그들 앞에 출입하며 그들을 인도하여 출입하게 하사 여호와의 회중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되지 않게 하옵소서” 민수기 27장 16-17절

모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허세와 만용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 아래 죽음이 있음을 알았기에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과 함께했던 매일 충실하였기에 후회하거나 근심하지 않았지요. 다만, 이스라엘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남겨지지 않을까 염려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모세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합당한 목자를 세워주시라고 간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답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눈의 아들 여호수아는 그 안에 영이 머무는 자니 너는 데려다가 그에게 안수하고 [...]” 민수기 27장 18절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여호수아를 데려다 그에게 안수하라 명령하셨습니다. 모세의 권위와 존귀를 여호수아에게 주어, 온 이스라엘 회중이 여호수아에게 복종하게 하라 하셨지요. 하나님의 일꾼되어 하나님의 소명을 이루기 위해 살아온 삶이었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다른 이에게 그 소명을 이어가게 하겠다 하시니 기쁘게 내려놓으면 될 것입니다. 머리로 생각할 때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모세는 수십, 수백만의 민족을 이끄는 지도자였습니다. 명예와 권력이 그의 손에 있었지요. 사람들은 권력이라 부를 수도 없는 조그마한 힘을 내세우고, 자랑하며 어떻게든 움켜쥐려 합니다.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으로는 하나님의 소명, 하나님의 일이라 말하면서도 막상 하나님께서 내려놓으라 하실 때 모든 것이 내 것인 것처럼 욕심내며 놓지 못합니다. 우리가 모세라면 어떠했을까요? 하나님이 나를 죽이고, 내가 이루어 놓은 것들을 빼앗으려 하신다며 불평하지 않았을까요? 여호수아를 질투하고 미워하여 어떻게든 몰아내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에게 안수하여 위탁하되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하였더라” 민수기 27장 23절

그러나 모세는 담담히, 하지만 분명하게 하나님의 명령대로 행하였습니다. 마지막까지 모세는 참으로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 언젠가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 이 땅에서 나의 시간이 끝날 때, 여러분은 어떤 모습으로 하나님께 나아가시겠습니까? 내 힘으로, 내 욕심을 이루며, 영원을 살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합니다. 헛된 것을 버리고, 참된 생명을 구해야 합니다. 내가 주인 되는 삶은 결국 죽음을 이기지 못합니다. 오직 하나님께서 내 삶의 주인이 되실 때,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습니다.

믿음으로 죽음을 바라봅니다. 두려움을 넘어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봅니다. 욕심으로 눈 감지 말고, 순종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합니다. 사나 죽으나 우리는 주님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