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6. 25

가시나무 왕, 아비멜렉

사사기 9장 1-57절

가시나무 왕, 아비멜렉

사사기 9장 1-57절

사사 기드온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스라엘은 기드온을 잊었고 하나님을 잊었습니다. 다시 가나안 바알 우상에게 절하며 우상숭배의 죄악을 반복하였지요. 지금까지 살펴 보았던 사사시대의 흐름대로라면 이스라엘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 나타날 때입니다. 그런데 모압, 미디안과 같은 이방민족이 아닌 '기드온의 아들 아비멜렉'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여룹바알의 아들 아비멜렉'. 아비멜렉이라는 이름은 '내 아버지는 왕이다'라는 뜻입니다. 아비멜렉의 이름대로 기드온은 왕과 같은 영화를 누렸습니다. 70명이나 되는 아들들 중 첩의 자식이었던 아비멜렉은 이복형제들에게 한 식구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비멜렉은 자신의 가족들, 형제들에게 원한을 품었고, 스스로 아버지와 같은, 아니 아버지도 앉지 못했던 왕의 자리에 앉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야망을 품은 아비멜렉은 외가 식구들을 찾아갔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오브라에서 10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세겜이라는 성읍의 유력한 집안 출신이었습니다. 이들은 바알 우상을 숭배하는 우상 숭배자들이었지요.

"청하노니 너희는 세겜의 모든 사람들의 귀에 말하라 여룹바알의 아들 칠십 명이 다 너희를 다스림과 한 사람이 너희를 다스림이 어느 것이 너희에게 나으냐 또 나는 너희와 골육임을 기억하라 하니" 사사기 9장 2절

바알을 숭배하던 세겜 사람들에게 바알과 싸운 자를 뜻하는 '여룹바알'이라는 기드온의 별명이 좋게 들릴 리 없었습니다. 아비멜렉은 여룹바알의 많은 아들들이 권세를 누리고 세겜 사람들 위에 앉는 것이 맞는 일이냐며 세겜 사람들을 선동했습니다. 자신도 여룹바알의 아들이었으나 교묘히 자신은 세겜 사람들과 같은 핏줄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아비멜렉의 외가 식구들이 나서서 말을 퍼뜨리기 시작하자 기드온에 대한 미움과 욕망에 눈이 멀었던 세겜 사람들이 아비멜렉의 악한 계획에 넘어갔습니다.아비멜렉과 세겜 사이에 죄악의 동맹이 이루어졌습니다.

"바알브릿 신전에서 은 칠십 개를 내어 그에게 주매 아비멜렉이 그것으로 방탕하고 경박한 사람들을 사서 자기를 따르게 하고" 사사기 9장 4절

세겜 사람들은 바알의 신전에서 은 칠십 개를 내어 아비멜렉의 쿠데타 자금으로 제공했습니다. 아비멜렉은 이 돈으로 용병, 폭력배들을 고용하여 아버지 기드온의 고향 오브라로 갔고, 그곳에서 자신의 형제 칠십 명을 한 자리로 유인해내어 모두 살해하였습니다. 그 자체로도 끔찍한 일이었지만 이 사건이 보여주는 이스라엘의 영적인 상태가 더욱 비참합니다. 바알과 싸워 이긴 여룹바알 기드온의 집과 이스라엘이 온전한 믿음으로 서지 못하자, 바알 숭배자들이 들고 일어나 오히려 여룹바알의 집을 무너뜨렸던 것입니다. 어쩌면 세겜 사람들은 마침내 그들의 신 바알이 하나님을 이겼다며 큰 소리치고 기뻐했을지 모릅니다.

죄악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언제라도 주님 앞에서 등을 돌리고 믿음을 잃을 때, 죄악은 다시 일어나 우리의 삶을 무너뜨립니다. 믿음으로 사는 우리가 날마다 깨어 기도하며, 날마다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십자가 앞에 나아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아비멜렉이 이스라엘을 다스린지 삼 년에" 사사기 9장 22절

스스로 이스라엘의 왕이 되겠다는 아비멜렉의 야심찬 계획이 성공했습니다. 세겜과 주변 지역에만 머물러 있던 아비멜렉의 영향력은 점차 이스라엘 전역으로 확장되었고, 이제 "아비멜렉이 이스라엘을 다스린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아비멜렉의 세상이 열렸던 것입니다. 선하고 의로운 사람들이 실패하고 악한 자들이 득세하는 세상은 지금도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안타까운 삶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의를 반드시 이루십니다. 아비멜렉은 죄악으로 이룬 성공을 자랑하였지만 하나님께서는 세겜과 아비멜렉의 죄에 대한 심판을 시작하셨습니다.

아비멜렉의 권력이 강해질수록 세겜 사람들의 불만은 커져 갔습니다. 자신들 덕분에 왕이 된 아비멜렉이 이제는 자신들의 머리 위에 앉아 명령하는 상황이 못마땅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아비멜렉에 대항하며 사람들이 오가는 길을 막고 약탈했습니다. 단순한 강도질을 넘어 아비멜렉이 통치하는 이스라엘의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는 반역 행위였습니다. 아비멜렉에게 반기를 든 것이었지요. 세겜의 배신은 이내 아비멜렉에게도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세겜과의 갈등은 자칫 자신의 권력기반을 뒤흔드는 일이 될 수 있기에 일단은 방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 편, 아비멜렉에 대한 세겜 사람들의 반감은 에벳의 아들이었던 '가알'이라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는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의 불화를 부추기며 세겜의 권력을 자신의 손에 넣으려 했습니다.

"에벳의 아들 가알이 이르되 아비멜렉은 누구며 세겜은 누구기에 우리가 아비멜렉을 섬기리요 그가 여룹바알의 아들이 아니냐 그의 신복은 스불이 아니냐 차라리 세겜의 아버지 하몰의 후손을 섬길 것이라 우리가 어찌 아비멜렉을 섬기리요" 사사기 9장 28절

가알은 아비멜렉이 사용했던 방법을 그대로 되풀이하였습니다. 여룹바알, 기드온의 아들들에게 지배 받아야 하겠느냐며 세겜 사람들을 선동하였고, 내 손에 군대만 있다면 당장 아비멜렉을 없앨 것이라 큰 소리 쳤습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아비멜렉 쪽에서도 가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아비멜렉은 군사를 이끌고 세겜을 습격하였습니다. 큰소리 쳤던 가알은 앞장 서 싸웠으나 아비멜렉을 당해내지 못하고 패배하여 추방당했습니다. 아비멜렉의 보복은 비정하고 잔인했습니다. 그는 세겜 성읍의 반란을 진압한 것에 그치지 않고 성 주변 마을 주민들까지 무참히 살해했습니다. 아비멜렉의 복수는 세겜과 주변 마을들, 세겜 망대까지 불태우고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웃에 데베스라는 성읍을 공격했습니다. 데베스 사람들은 망대 꼭대기로 올라가 아비멜렉에 맞서 싸웠지요. 이 때, 이름 모를 한 여인이 던진 맷돌 한 짝이 아비멜렉의 머리를 쳤고, 결국 그는 죽게 되었습니다.

"아비멜렉이 그의 형제 칠십 명을 죽여 자기 아버지에게 행한 악행을 하나님이 이같이 갚으셨고 또 세겜 사람들의 모든 악행을 하나님이 그들의 머리에 갚으셨으니 여룹바알의 아들 요담의 저주가 그들에게 응하니라" 사사기 9장 56-57절

기드온의 집을 무너뜨린 아비멜렉과 세겜의 동맹은 결국 서로 간의 배신과 반란으로 비참한 결말을 맞았습니다. 세상을 다 가질 것처럼 떠들썩했던 아비멜렉의 폭주는 결국 그의 곁에 머물던 모든 이들을 불태우고 나서야 끝이 났지요.  하나님께서 그들의 악을 심판하셨습니다. 누구도 기쁘지 않은, 아니 모두가 괴로운 처참한 실패, 죄의 끝이 이러합니다.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의 마음을 뒤덮었던 죄악된 욕망은 오늘도 여전히 인생을 무너뜨리고, 모두를 괴롭게 합니다. 우리의 삶의 자리 곳곳에서도 사탄은, 죄악은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유혹하고 도전합니다. 죄의 달콤한 유혹에 무너질 때, 우리는 아비멜렉의 비참한 실패를 반복하게 됩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죄와 싸워 이기는 참된 승리를 누리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우리의 영적 싸움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