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10

거짓 간구, 거짓 축복

사사기 18장 1-31절

거짓 간구, 거짓 축복

사사기 18장 1-31절

앞서 나눈 미가의 집 이야기가 개인의 영적 타락을 보여주었다면, 오늘 말씀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 중 하나인 단 지파의 타락을 보여줍니다. 죄악은 이렇게 한 사람, 한 가정, 나아가 한 민족과 나라까지 무너뜨립니다.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고 단 지파는 그 때에 거주할 기업의 땅을 구하는 중이었으니 이는 그들이 이스라엘 지파 중에서 그 때까지 기업을 분배 받지 못하였음이라" 사사기 18장 1절

사사기 18장은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다"는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이셨으나, 가나안 족속들의 죄에 물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눈에 보기 좋은 것을 쫓았습니다.

가나안에 들어온 후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를 통해 각 지파의 기업을 정해주셨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축복이자 이스라엘의 소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단 지파는 그 땅에 살던 아모리 사람들과 블레셋 사람들을 두려워하여 기업을 얻지 못했습니다. 두려움에 무너져 소명을 포기한 단 지파는 새로운 정착지를 찾기 위해 다섯 명의 정탐꾼을 보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땅을 버리고 자기 눈에 보기 좋은 땅을 찾아 나섰던 것입니다.

길을 나선 정탐꾼들이 미가의 집에 이르러, 그 집에서 제사장 노릇을 하던 레위인 청년을 만나 청했습니다.

"그들이 그에게 이르되 청하건대 우리를 위하여 하나님께 물어 보아서 우리가 가는 길이 형통할는지 우리에게 알게 하라 하니" 사사기 18장 5절

제사장이 답했습니다.

"그 제사장이 그들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너희가 가는 길은 여호와 앞에 있느니라 하니라" 사사기 18장 6절

얼핏 보면 하나님의 인도를 구하는 신실한 사람들과 하나님의 뜻을 아는 제사장의 만남 같습니다. 그러나 소명의 자리를 피해 도망치는 이들이 하나님께 길을 묻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애당초 하나님의 뜻에 관심이 없었고, 자신들의 형통을 위해 하나님의 이름을 이용했을 뿐입니다. 제사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돈에 팔려 제멋대로 세워진 가짜 제사장이 하나님의 뜻을 알 리 없습니다. 그저 정탐꾼들이 듣고 싶어 하는 축복의 말을 전했을 뿐입니다. 서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지만 정작 하나님께서는 계시지 않는, 거짓 간구와 거짓 축복이었습니다.

정탐꾼들이 도착한 곳은 북쪽의 라이스, 자족하며 평안히 살던 조용한 성읍이었습니다. 마침내 눈에 보기 좋은 곳을 찾은 그들은 자신들의 무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 사람들을 설득했고, 단 지파 사람 600명이 가족들을 이끌고 무장한 채 라이스를 향해 진군했습니다. 그 길에 미가의 집을 다시 지나게 되었으나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정탐꾼들의 선동으로 다섯 사람이 신당에 들어가 신상과 에봇, 드라빔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미가의 도둑질로 만들어진 은 신상을 훔치러 더 큰 도둑들이 몰려온 것입니다. 제사장이 "이게 무슨 짓이냐"며 따지자 그들이 말했습니다.

"잠잠하라 네 손을 입에 대라 우리와 함께 가서 우리의 아버지와 제사장이 되라 네가 한 사람의 집의 제사장이 되는 것과 이스라엘의 한 지파 한 족속의 제사장이 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낫겠느냐 하는지라" 사사기 18장 19절

하나님의 명령을 무시하고 제 눈에 좋은 자리를 찾아다니던 레위인이 이 제안을 마다할 리 없습니다. 그는 오히려 기뻐하며 제 손으로 에봇과 드라빔, 우상을 받아 들고 단 지파와 함께 떠났습니다. 작은 도둑의 제사장이 큰 도둑의 제사장이 되었던 것입니다. 죄와 죄가 뒤섞여 더 큰 죄와 실패를 만듭니다.

뒤늦게 이웃들을 모아 뒤쫓은 미가가 자기 신들과 제사장을 빼앗아 가고도 큰소리를 치느냐며 따지자, 단 지파 사람들은 힘을 과시하며 위협했습니다.

"단 자손이 네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리게 하지 말라 노한 자들이 너희를 쳐서 네 생명과 네 가족의 생명을 잃게 할까 하노라 하고" 사사기 18장 25절

조용히 하지 않으면 온 식구를 죽이겠다는 협박 앞에 미가는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라이스에 도착한 단 지파는 평화롭던 그 사람들을 없애고 그 땅을 차지했으며, 미가의 신상을 세우고 우상을 숭배하며 살았습니다.

단 지파의 이주는 여호수아의 인도 아래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오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그때 이스라엘은 강한 적들 앞에서도 하나님께서 이기게 하실 것을 믿고 말씀을 따라 요단을 건넜습니다. 지금 단 지파는 하나님 없이 제 눈에 좋은 곳을 빼앗으러 나섰습니다. 그들은 약탈자였습니다.

한 편의 블랙 코미디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싸우라 하신 자리에서는 두려워 도망쳤던 이들이, 자신들보다 약한 미가와 라이스 사람들 앞에서는 폭력을 행사합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통해 죄악이 지배하는 무법천지가 펼쳐졌고, 서로 우상을 차지하겠다며 싸웠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심판하겠다 하신 가나안 족속들과 다를 바 없었습니 다. 당장은 땅을 차지했으나 평안이 없는 삶, 하나님의 공의의 심판을 기다리는 영원한 실패의 자리에 스스로 주저앉은 것입니다.

오늘 말씀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미가가 하나님의 사람답게, 레위인이 레위인답게, 단 지파가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았다면 이 모든 혼란과 아픔과 죄악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들을 우리 앞에 반면교사로 세우셨습니다. 우리에게 맡기신 자리를 지키며 하나님의 자녀다운 삶을 살아내라 하십니다. 믿음으로 말씀에 순종하며 승리하라 하십니다. 죄를 이기고 주님과 함께하는 우리에게 샬롬의 평안으로 축복하실 하나님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