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6. 19

드보라, 승리의 노래

사사기 4장 1절 - 5장 31절

드보라, 승리의 노래

사사기 4장 1절 - 5장 31절

“에훗이 죽으니 이스라엘 자손이 또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매” 사사기 4장 1절

모압 왕 에글론의 폭정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한 왼손잡이 사사 에훗의 시대가 지났습니다. 에훗의 인도 아래 하나님 안에서 누렸던 평화의 시절은 너무 쉽게 잊혔습니다. 에훗이 죽고 난 후 이스라엘은 다시 하나님 앞에 악을 행하였습니다. 죄의 굴레가 이렇게 질기고 지독합니다. 이스라엘은 스스로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가나안 왕 야빈을 통해 이스라엘을 치셨고, 다시 고통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여호와께서 하솔에서 통치하는 가나안 왕 야빈의 손에 그들을 파셨으니 그의 군대 장관은 하로셋 학고임에 거주하는 시스라요. 야빈 왕은 철 병거 구백 대가 있어 이십 년 동안 이스라엘 자손을 심히 학대했으므로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라” 사사기 4장 2-3절

‘하솔’이라는 도시는 갈릴리 북쪽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야빈’은 하솔의 왕을 부르던 칭호였지요. 앞서 사사 에훗의 시절 이스라엘을 괴롭혔던 모압과 마찬가지로 가나안 땅의 하솔 역시 이미 이스라엘에게 점령당했었던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하나님 앞에 온전히 순종하지 못하여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자 다시 힘을 얻어 이스라엘을 공격했던 것입니다. 하솔의 야빈이 믿었던 것은 장군이었던 시스라와 철 병거 구백 대였습니다. 당시 철 병거는 오늘날의 전차와 같았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병거를 피해 산악지대로 올라가야 했고, 큰길로 다닐 엄두도 내지 못했지요. 이십 년 동안이나 반 식민지 상태의 비참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그제서야 죄에서 돌아섰던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외침을 들으셨고, 드보라를 사사로 세우셨고, 그녀를 통해 이스라엘을 구하셨습니다.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드보라가 바락을 부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가나안 왕 야빈에게 장군 시스라가 있었다면 이스라엘 군에는 장군 바락이 있었습니다. 드보라가 바락에게 하나님의 명령을 전하였습니다. 납달리와 스불론 사람 만 명을 이끌고 다볼 산으로 가라는 명령이었습니다. 바락 자신이 납달리 지파 출신이었습니다. 납달리와 스불론 지파는 가나안 야빈 왕의 거점이었던 하솔과 가장 가까이 자리 잡은 이스라엘 지파들이었습니다. 그만큼 가나안 군대의 침략으로 큰 피해를 보았고, 가장 먼저 전쟁에 나설 수 있었지요. 하나님께서는 구체적인 전투 계획까지 세워 주셨습니다. 이스라엘 군이 다볼 산에 자리 잡고 있으면 시스라가 이끄는 가나안 군대가 기손 강으로 올 테니 그곳에서 싸워 이기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민 끝에 바락이 내놓은 답은 드보라가 함께 가지 않으면 자신은 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락은 드보라가 전한 하나님의 계획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는 알았으나 그렇게 해서는 도무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였지요. 다볼 산은 말 그대로 산악 지대였습니다. 이스라엘이 산 위에 자리 잡고 올라오는 가나안 군대와 싸우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전술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시스라가 이끄는 가나안 군대가 기손 강으로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강은 언제나 물이 흐르는 곳이지만 이 지역에서 강은 일 년 중에서도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우기에만 물이 흐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손 강 역시 그런 곳이었지요. 비가 오지 않는 건기에 강은 그저 평평하게 잘 다져진 평지일 뿐이었습니다. 시스라가 이끄는 가나안 철 병거 부대가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었지요. 그리고 하나님이 싸우라 하신 때는 건기였습니다. 그나마 산에서 자리 잡고 버틴다면 철 병거를 끌고 올라올 수 없으니 어찌어찌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지금까지 그렇게 버텨왔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산에서 내려가 기손 강, 이때는 사실 강이라기보다는 기손 평야가 맞겠지요. 아무튼 가나안 군대가 가장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는 자리로 가서 싸우라 하신 것입니다. 바락의 판단으로는 도무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그래도 싸움에 나선다면 그야말로 이 계획을 명령한 하나님을 믿고 싸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락은 하나님을 온전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그는 드보라가 함께한다면 나가 싸우겠다고 조건을 걸었습니다. 하나님은 믿지 못했으나 드보라가 보여준 선지자의 능력은 믿겠다는 것입니다. 드보라를 믿으면서도 드보라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바락의 어리석음이 나타납니다. 바락의 믿음 없음은 또한 당시 이스라엘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바락의 믿음 없음에 드보라는 단호하게 답합니다.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가리라.” 전장의 한복판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드보라는 사사였으나 전쟁터의 장수는 아니었습니다. 전쟁 중에 언제 죽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드보라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싸우시는 전쟁입니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이기실 것입니다. 드보라는 하나님을 믿었기에 두렵지 않았습니다.

한편, 이스라엘이 군대를 일으켜 다볼 산에 자리 잡았다는 소식을 들은 가나안 왕 야빈은 이참에 이스라엘의 저항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가나안 군대의 철 병거가 올라갈 수 없는 산악지대에 자리 잡고 있던 이스라엘이 영 거슬렸던 차에 알아서 다볼 산에 모여 있다니 이번이 기회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야빈 역시도 전력을 다했습니다. 하솔의 군대뿐 아니라 자신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가나안 모든 지역의 세력들을 소집했습니다. 수백 대의 철 병거를 앞세운 가나안 군대가 기손 강으로 모였습니다. 건기였기에 강이 흘렀던 자리가 널따란 평지가 되어 군대가 이동할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가나안 군대를 이끄는 장군 시스라의 고민은 이스라엘이 진 치고 있는 다볼 산을 어떻게 공략하는가였습니다. 주력 무기인 철 병거가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금 자리 잡은 기손 강 유역이 최적의 장소이지만 여태껏 산에서 웅크리고만 있던 이스라엘이 제 발로 내려올 리 없으니까요. 한편, 다볼 산 위에서 기손 강에 모인 가나안 군대를 바라보는 장군 바락의 마음도 답답했습니다. 하나님 말씀대로 다볼 산에 올랐고, 가나안 군대도 기손 강에 위치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죠. 철 병거에 휩쓸려 갈 것이 뻔한 상황에서 산을 내려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서로 대치하던 어느 순간, 하나님께서 드보라를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드보라가 바락에게 이르되 일어나라 이는 여호와께서 시스라를 네 손에 넘겨 주신 날이라 여호와께서 너에 앞서 나가지 아니하시느냐 하는지라 이에 바락이 만 명을 거느리고 다볼 산에서 내려가니” 사사기 4장 14절

하나님께서 이스라엘로 내려가라 하셨습니다. 주춤거리는 이스라엘에게 드보라가 외쳤습니다. “여호와께서 우리의 앞에 나가신다. 용기를 내라.” 드보라의 하나님을 믿은 이스라엘 군 만 명이 다볼 산을 내려가 기손 강으로 돌진했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기손 강으로 돌진하는 이스라엘, 멀찍이 산에서 내려오고 있는 이스라엘을 평지에서 맞받아 치기 위해 준비하는 가나안 군의 철 병거. 그때,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하나님의 손을 펴셨습니다.

사사기 4장 15절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간단한 한 마디로 설명합니다.

“여호와께서 바락 앞에서 시스라와 그의 모든 병거와 그의 온 군대를 칼날로 혼란에 빠지게 하시매 시스라가 병거에서 내려 걸어서 도망한지라” 사사기 4장 15절

가나안 군대가 혼란에 빠졌다는 것인데 이유를 알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사사기 5장 20-21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별들이 하늘에서부터 싸우되 그들이 다니는 길에서 시스라와 싸웠도다. 기손 강은 그 무리를 표류시켰으니 이 기손 강은 옛 강이라 내 영혼아 네가 힘 있는 자를 밟았도다” 사사기 5장 20-21절

사사기 5장이 찬양의 시, 찬양의 노래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말씀을 이해해야 합니다. 여기서 별들은 비를 몰고 오는 원천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서 하늘의 별들을 움직여서 가나안 군대를 치셨습니다. 곧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던 것입니다. 가나안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는 우상 바알이 비와 바람을 주관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에 비가 쏟아지게 하셨던 것입니다. 21절에서 기손 강을 ‘옛 강’이라 부릅니다. ‘옛 강’은 평상시에는 물이 흐르지 않다가 우기에 많은 비가 올 때만 금방 물이 불어나고 질퍽해지는 강을 표현한 것입니다. 메마른 건기에 평평한 기손 강을 달리던 가나안 철 병거들과 군사들의 머리 위로 비가 쏟아졌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때에 급격하게 쏟아진 폭우로 금세 물이 불어났고, 기손 강 주변은 온통 진창으로 변했습니다. 철 병거와 군사들의 발이 묶였습니다. 모두 움직일 수 없었지요. 점차 불어난 물은 병거를 뒤집어엎었고, 군사들을 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가나안이 굳게 믿고 의지하던 철 병거가 한순간 애물단지, 걸리적거리는 짐이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가나안 군대는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고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장군 시스라도 진창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병거에서 내려 걸어서 도망쳤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던 이스라엘 군대에게는 최고의 기회가 왔습니다. 가벼운 몸으로 진창을 누비며 몸이 묶인 가나안 군대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약속하신 대로 하나님께서 이 전쟁을 이끄신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승리의 확신이 가득했습니다. 도망치던 가나안 군사들까지 모두가 이스라엘의 칼에 쓰러졌습니다.

이스라엘의 명운을 건 기손 강 전투는 이스라엘의 완전한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드보라를 통해 말씀하신 대로 이스라엘이 믿음으로 산을 내려가 가나안 군대 앞에 섰을 때, 하나님께서 가나안 군대를 물리치시고 이기셨습니다. 하나님과 함께할 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이스라엘은 승리하고 가나안은 축복의 땅이 됩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도 변함없이 말씀하십니다. 우리 각자의 인생에서 가나안의 철 병거가 가득한 기손 강이 있습니다. 나의 능력으로는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 도전의 순간, 시험의 때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철 병거를 피해 산으로 올라 숨어 살기에 급급합니다.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고 세상의 방법대로 세상이 주는 거짓 평안에 만족하려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없는 거짓 평안은 결국 비참한 실체를 드러냅니다. 오직 하나님의 동행을 신뢰하고 일어서 기손을 향해 내려갈 때, 참된 승리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으로 순종할 때, 하나님께서 이기게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