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6. 24

기드온, 성공의 덫에 빠지다

사사기 8장 1-35절

기드온, 성공의 덫에 빠지다

사사기 8장 1-35절

마침내 미디안과의 전쟁이 끝났습니다. 7년 동안 이스라엘을 괴롭히던 미디안의 손에서 자유를 얻게 된 것입니다. 회복의 시작은 하나님을 향한 간구였습니다. 고통받던 이스라엘이 부르짖었을 때 하나님께서 구원을 약속하셨고, 이제 그 약속을 이루셨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이스라엘의 기억에 남은 것은 기드온의 영광뿐이었습니다.

"그 때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기드온에게 이르되 당신이 우리를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하셨으니 당신과 당신의 아들과 당신의 손자가 우리를 다스리소서 하는지라" (사사기 8장 22절)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기드온에게 당신이 우리를 구원했다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다스리시는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기드온과 그의 아들과 손자가 자신들을 다스릴 왕이 되기를 원합니다. 가나안에 들어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지 못하고 우상숭배와 죄악에 빠진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나라가 아닌 자신들만의 나라를 원했습니다. 왕이신 하나님께 등을 돌리고 자신들이 세운 왕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물론 기드온은 오직 하나님께서 미디안을 물리치셨다는 것을 잊지 않은 듯 보입니다. 기드온이 답합니다.

"기드온이 그들에게 이르되 내가 너희를 다스리지 아니하겠고 나의 아들도 너희를 다스리지 아니할 것이요 여호와께서 너희를 다스리시리라 하니라" (사사기 8장 23절)

역시 믿음의 사람 기드온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자신을 낮추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가만히 살펴보면 미심쩍은 마음이 생깁니다. 이스라엘이 "당신이 우리를 구원하셨다" 말할 때, 기드온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셨다"라고 바로잡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스리실 것이라 말하면서도 이 승리가 하나님의 은혜임을 분명하게 선포하지 않는 것입니다. 괜한 의심일까요? 이어지는 기드온의 말은 이 염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줍니다.

거룩한 말을 전한 기드온은 이내 전쟁에서 빼앗은 금귀고리를 자신에게 달라고 요청합니다. 당시 미디안을 비롯한 유목 민족들은 이스마엘 사람들이라 불렸고, 교역에 종사하던 이들에게는 금붙이가 흔하여 남성들도 금귀고리를 착용했습니다. 기드온이 요구한 금은 1,700세겔, 약 20킬로그램으로 오늘날 금값으로 15억에서 20억 원에 이릅니다. 여기에 온갖 장식과 패물, 미디안 왕들의 옷과 장신구까지 모두 기드온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요구 이면에 자리 잡은 교만이었습니다. 막대한 전리품을 자신의 몫으로 내놓으라는 것은 곧 자신이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외치는 것과 같았습니다. 스스로 왕이 되겠다 하지는 않았으나 기드온은 이미 왕과 다를 바 없는 권세를 누렸습니다. 여러 아내를 두고 70명의 아들을 낳았다는 기록은 그가 실제로 왕처럼 살았음을 보여줍니다.

기드온은 그 금으로 에봇을 만들었습니다. 에봇은 율법에 따라 제사장이 입던 의복이지만, 20킬로그램의 황금 에봇은 입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기드온은 그것을 고향 오브라에 두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드온을 부르셨을 때 가장 먼저 시키신 일이 오브라의 바알 제단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는데, 이제 그 자리에 기드온이 과시하듯 세운 황금 에봇이 우상숭배의 대상이 됩니다.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에봇 앞에서 앞날을 점치고 절하며 죄악에 빠져들었습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증거해야 할 사사가 우상숭배의 원인을 제공한 것입니다. 이후 이스라엘에 닥칠 비참한 운명을 미리 보여주는 단초입니다.

하나님께서 미디안을 완전히 무너뜨리셨기에 기드온이 사는 40년 동안 이스라엘은 평안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잠시의 평안일 뿐이었습니다. 사사 기드온부터 하나님의 영광을 잊었으니 이스라엘이 기억할 리 없습니다. 기드온이 죽자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은혜를 잊고 다시 바알의 우상들을 좇았고, 왕이 되어 달라며 드높였던 기드온의 집 역시 잊어버렸습니다. 믿음의 사람 기드온은 하나님의 구원을 위해 크게 쓰임 받았으나 세상의 헛된 영광에 취해 실패한 인생의 마지막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듯 죄악의 유혹과 인생의 도전 가운데 하나님을 믿고 승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드온과 300명의 군사를 이기게 하신 것 같은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더 어려운 싸움은 한순간의 승리가 아니라 인생의 모든 순간 변하지 않고 주님 곁에 머무는 것입니다. 지금 잠시의 고난으로 아파하시는 분들도, 인생의 승리와 성공으로 기뻐하시는 분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참된 성공은 맡기신 삶을 마치고 우리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 섰을 때 주께서 판단하십니다. 좌절하며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교만하여 길을 잃어서도 안 됩니다. 주님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변치 않고 주님 곁에 머무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