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갈의 막대기
사사기 3장 31절/시편 23편
삼갈의 막대기
사사기 3장 31절/시편 23편
"에훗 후에는 아낫의 아들 삼갈이 있어 소 모는 막대기로 블레셋 사람 육백 명을 죽였고 그도 이스라엘을 구원하였더라" 사사기 3장 31절
사사기 3장 31절은 이스라엘의 세 번째 사사 삼갈을 전합니다. 성경은 그를 지파적 배경 없이 '아낫의 아들 삼갈'이라고만 소개합니다. 흥미롭게도 '삼갈'은 전통적인 이스라엘식 이름이 아니라 히타이트나 아시리아 같은 이방 민족이 쓰던 이름이며, '아낫' 또한 당시 가나안에서 숭배하던 전쟁 여신의 이름입니다. 이를 토대로 삼갈을 이방의 이름과 배경을 가진 인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그가 블레셋 사람 육백 명을 이기고 이스라엘을 구원했다는 사실입니다.
삼갈이 활동하던 시기는 에훗의 활약으로 모압의 압제에서 벗어나 팔십 년의 태평을 누리던 때였으나, 지역적으로는 외적의 도발이 극심했습니다. 블레셋은 지중해 연안을 통해 들어온 해양 민족으로, 사사 시대 내내 이스라엘을 찌르는 가시였습니다. 사사기 5장 6절 '드보라의 노래'는 이 시대를 두고 이렇게 노래합니다.
"대로가 비었고 행인들은 소로(뒷길)로 다녔도다" (사사기 5장 6절)
무역로가 끊기고, 이스라엘 백성이 블레셋의 약탈과 폭력을 피해 숨어 다녀야 했던 억압과 두려움의 시대였음을 보여줍니다. 내부에는 마땅한 지도자조차 찾기 어려울 만큼 리더십이 무너지고 영적으로 타락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부르짖는 이스라엘의 기도를 들으셨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밖의 인물처럼 보이는 삼갈을,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한 사람을 택하셨습니다.
삼갈은 '소 모는 막대기'로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습니다. 그는 전문 전사가 아니라 소를 치는 목자였습니다. 군사 지휘관이나 재판관과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 자리입니다. 블레셋의 억압이 시작되었을 때, 처음부터 그가 나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목자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설 자가 없었고, 할 수 없다는 비관만 가득했습니다. 그때 삼갈이 나섰습니다. 물론 자기 자신을 의지한 도전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영이 임하여, 하나님의 뜻을 따라 그는 움직였습니다. 삼갈이 이스라엘 사람이었는지 이방인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를 통해 하나님께서 하신 일은 분명합니다. 삼갈은 이스라엘을 구원했습니다.
여기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사사기의 서사 구조를 잘 압니다. 이스라엘의 불순종과 죄악, 하나님의 심판, 회개, 그리고 사사를 통한 구원. 공식처럼 외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예측'할 수 있습니까? 그분이 언제, 어떤 사람을 통해 일하실지 가늠할 수 있습니까? 당신의 인생은 예측 가능합니까?
반복되는 매일 같지만, 사실은 날마다 새로운 오늘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알기에 그분이 하시는 일까지 안다고 착각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을 다 알지 못합니다. 나아갈 큰 방향은 알아도, 그 길을 가기 위해 건너야 할 크고 작은 길, 편안하거나 때로 불편한 여정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인도하십니다. 그렇기에 믿음이 없으면 그 길을 갈 수 없습니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약속을 향한 믿음이며, 나의 매일을 이끄시는 인도하심을 향한 믿음입니다. 다 이해하지 못해도 순종하는 믿음이며, 나의 자아를 죽이고 주를 따르는 믿음입니다. 그렇게 믿음으로 걸을 때, 하나님께서 우리의 길을 인도하십니다.
다시 새로운 오늘을 삽니다. 우리는 여전히 내일을 모릅니다.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며,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길로 우리를 인도하실 것입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그 모든 길에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고 우리를 지키신다는 사실입니다. 이 약속, 이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믿음으로 다시 오늘을 살아갑시다.
삼갈이 사용한 도구, 목자의 막대기. 그것은 죽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길을 인도하는 도구, 지키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때로 맹수로부터 양을 지키는 도구입니다. 시편 23편의 고백처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우리를 안위하십니다. 평범한 목자의 막대기를 들어 한 백성을 구원하신 하나님께서, 오늘도 그 막대기로 나의 삶을 지키시고 인도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