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서 나의 하나님이시니
룻기 1장 1-22절
주께서 나의 하나님이시니
룻기 1장 1-22절
룻기는 제목 그대로 '룻'이라는 한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정확히는 그녀와 함께하시고, 그녀를 통해 구원의 역사를 이루신 하나님의 이야기입니다. 룻기는 사사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사사들이 치리하던 때에 그 땅에 흉년이 드니라 유다 베들레헴에 한 사람이 그의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모압 지방에 가서 거류하였는데" (룻기 1장 1절)
이야기의 시작에 등장하는 엘리멜렉은 전형적인 사사시대의 사람이었습니다. 가나안 땅에 기근이 닥치자 그는 가족을 이끌고 요단강을 건너 모압 땅으로 옮겨 갔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의 땅을 지키는 것보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우선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인생은 나의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뜻 가운데 있을 뿐입니다. 모압으로 옮겨 간 엘리멜렉은 당장의 흉년은 피할 수 있었지만, 모압은 결코 기쁨과 축복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멜렉이 세상을 떠났고, 두 아들은 각각 모압 여인 오르바와 룻을 아내로 맞았습니다. 가장을 잃었으나 아들들이라도 가정을 이루면 되리라 여겼지만, 몇 해 지나지 않아 두 아들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나오미와 오르바, 룻, 세 명의 과부뿐이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홀로 남은 여인은 그 자체로 사회 최하층으로 추락하는 처지였습니다. 남편도 아들도 잃은 나오미가 살 수 있는 길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도우라 하신 하나님의 명령에 기대는 것뿐이었습니다. 마침 가나안 땅에 풍년이 들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나오미가 두 며느리에게 이르되 너희는 각기 너희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가라 너희가 죽은 자들과 나를 선대한 것같이 여호와께서 너희를 선대하시기를 원하며" (룻기 1장 8절)
가나안을 향해 길을 나선 나오미는 자신과 달리 며느리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친정으로 돌아가 새롭게 가정을 이루는 것입니다. 애당초 이방 여인이었던 며느리들은 하나님의 명령에 매일 이유도 없었습니다. 가장 현실적이었고, 누구보다 며느리들을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르바와 룻, 두 모압 여인은 나오미와 함께하겠다며 소리 높여 울며 간청했습니다. 떠나라는 시어머니와 곁을 지키겠다는 며느리들.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던 마음이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결국 오르바는 떠났고, 룻은 남았습니다.
"그들이 소리를 높여 다시 울더니 오르바는 그의 시어머니에게 입맞추되 룻은 그를 붙좇았더라" (룻기 1장 14절)
무엇이 두 사람의 길을 갈라 놓았을까요? 결과만 보고 오르바에게 나오미를 향한 사랑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나오미를 향한 인간적인 애정은 오르바나 룻이나 다르지 않았습니다. 둘의 차이는 감정이 아니라 더 본질적인 데 있었습니다. 오르바도 떠났으니 너도 떠나라 다시 강권하는 나오미에게 룻이 말합니다.
"룻이 이르되 내게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나도 머물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룻기 1장 16절)
이것은 룻의 신앙고백입니다. 그녀는 시어머니 나오미를 인간적으로 사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오미를 통해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라"는 고백은 그저 멋진 말 한마디가 아니라 인생을 건 결단의 표현이었습니다. 이방 여인으로, 과부의 신분으로 가나안에 건너가 겪어야 할 어려움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나오미의 말대로 친정으로 돌아가 모압에서 모압 사람으로 사는 편이 훨씬 편한 길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룻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겠다 결단하며, 이전까지 섬기던 자기 민족의 신을 버리고 오직 여호와 하나님만 섬기겠다 고백했습니다. 이는 나오미를 향한 애정을 넘어선,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고백입니다. 오르바는 돌아갈 곳에서 아무런 희망도 찾을 수 없었지만, 룻은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나아간 것입니다.
이제 룻은 나오미를 따라 가나안 땅, 유다 베들레헴으로 들어왔습니다. 나오미에게는 익숙한 고향이었지만, 룻에게는 이전까지 누리던 모든 것을 버리고 처음 밟는 낯선 땅이었습니다. 오늘 룻이 나오미를 따라 이 땅으로 들어온 것은 단지 인간관계를 좇아, 혹은 먹고 살 길을 찾아 자리를 옮긴 것이 아닙니다. 이제 하나님을 알았고 믿기에, 이전의 자기 자신을 버리고 하나님의 자녀로 순종하며 사는 삶으로 들어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바로 이 룻의 믿음을 통해 구원의 역사를 이어가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러나 결국 각자가 직접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나의 하나님이시라고 스스로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부모님의 하나님, 배우자의 하나님, 혹은 목사의 하나님이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의 하나님이십니다. 나에게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성령의 은혜 안에서 스스로의 믿음을 돌아보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