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가의 착각
사사기 17장 1-13절
미가의 착각
사사기 17장 1-13절
삼손을 끝으로 사사들의 이야기는 막을 내렸습니다. 이어지는 사사기 17장부터 마지막 21장까지의 말씀들은 사사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영적 상태를 보여주는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미가'라는 사람의 집에서 있었던 일을 살펴보겠습니다.
"에브라임 산지에 미가라 이름하는 사람이 있더니 그의 어머니에게 이르되 어머니께서 은 천백을 잃어버리셨으므로 저주하시고 내 귀에도 말씀하셨더니 보소서 그 은이 내게 있나이다 내가 그것을 가졌나이다 하니 그의 어머니가 이르되 내 아들이 여호와께 복 받기를 원하노라 하니라" 사사기 17장 1-3절
미가는 에브라임 지파에 속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가의 집에서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어느 날 미가의 어머니가 은 천백 세겔을 잃어버렸습니다. 큰 돈을 잃어버린 여인은 돈을 훔쳐간 도둑에게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돈을 가져간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아들, 미가였습니다. 아들이 어머니 돈을 몰래 훔쳐 갔으니 평소 집안 꼴이 어떨지 짐작이 됩니다. 그런데 이 집안 사람들은 저주나 축복 같은 미신을 철썩 같이 믿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저주를 들은 미가는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 두려웠지요. 결국 미가가 어머니에게 "은이 나에게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밝히기는 했지만 진실한 반성과 사과는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훔쳐갔다고 정확히 말하지도 않았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지요. 저주의 대상이 될까 두렵기는 했지만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일말의 가책도 없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그 어머니의 반응이 더 가관입니다. 자기 아들을 저주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을까요? 도둑질 한 아들을 엄하게 꾸짖지는 못할망정 하나님께 복 받기를 원한다고 축복합니다. 그리고는 이 은으로 아들을 위하여 신상을 만들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이 이상합니다.
"미가가 은 천백을 그의 어머니에게 도로 주매 그의 어머니가 이르되 내가 내 아들을 위하여 한 신상을 새기며 한 신상을 부어 만들기 위해 내 손에서 이 은을 여호와께 거룩히 드리노라 그러므로 내가 이제 이 은을 네게 도로 주리라" 사사기 17장 3절
얼핏 들으면 은을 하나님께 드리겠다는 거룩한 고백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사실은 아들을 위해, 아들에게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신상을 만들어서 드린다고 합니다. 십계명의 두 번째 계명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너는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며." 여러모로 미가와 그의 어머니는 매우 종교적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순종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좋을대로 자신들을 위해 스스로 만든 우상을 섬기면서 하나님의 이름을 이용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미가의 집에는 은으로 만든 신상이 놓이게 되었습니다. 아예 집에 신당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신상을 모셔 놓았지요. 신상만 놓여 있으니 뭔가 부족해 보였는지 에봇과 드라빔도 만들었습니다. 앞서 기드온이 미디안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전리품을 모아 금으로 제사장의 의복인 에봇을 만들어 자신의 집에 두었었지요. 이스라엘 백성들은 금 에봇을 우상처럼 섬겼습니다. 드라빔은 제사장들이 하나님의 뜻을 물을 때 사용하던 도구였습니다. 미가는 제사장의 의복과 제사장의 도구를 만든 것입니다. 물론 아무나 만들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미가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에게는 하나님의 뜻보다는 자신의 신당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요. 신상에 에봇과 드라빔도 있으니 제사장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던지 자신의 아들 중 하나를 제사장으로 삼았습니다. 오직 아론의 자손들만이 제사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에브라임 지파에 속한 미가의 아들이, 그것도 제멋대로 제사장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미가는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그저 자기 좋을대로 행할 뿐입니다. 사사기 17장 6절은 당시 영적으로 타락한 이스라엘의 상태를 한 마디로 말합니다.
"그 때에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사사기 17장 6절
오직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 그러나 가나안 족속들의 죄에 무너진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저 자기 생각에 옳은대로 움직였습니다. 자신들의 눈에는 좋은 일이었으나 하나님 앞에서는 범죄하는 일이었습니다. 미가의 집에서 있었던 일은 당시 이스라엘의 영적인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미가와 그의 어머니는 하나님의 이름을 알았으나 하나님의 명령을 왜곡하고 자기만의 종교, 우상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악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하나님의 이름을 이용할 뿐입니다.
한 편, 이 때 한 레위인 청년이 정착할 곳을 찾으려 다니다 북쪽 에브라임 지파의 땅까지 와서 미가의 집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레위인을 만난 미가가 이것저것 묻습니다. “어디서 왔는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일종의 면접 같습니다. 레위인 청년이 특별히 갈 곳이 없고 머물만한 곳을 찾고 있다 말하자 미가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며 제사장이 되어달라 합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아들을 제사장으로 세워 놓았던 일이 영 찝찝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적당한 레위인을 찾았으니 제사장으로 세우면 딱 좋겠다 생각했던 것이지요. 자신의 신당을 거룩한 성전처럼 멋지게 세우고 싶다는 종교적인 욕망을 채울 기회가 온 것입니다. 욕망만 쫓기로는 레위인 청년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레위인들은 아무 곳에나 가서 살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맡기신 소명의 자리가 있었지요. 그러나 이 청년은 내 눈에 보기 좋은 곳을 찾아 맡겨진 소명의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제 미가가 돈도 많이 주고 여러모로 부족하지 않게 대접하겠다고 말하니 마다할 리가 없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레위인을 제사장으로 세우고 난 후 미가의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미가가 그 레위인을 거룩하게 구별하매 그 청년이 미가의 제사장이 되어 그 집에 있었더라 이에 미가가 이르되 레위인이 내 제사장이 되었으니 이제 여호와께서 내게 복 주실 줄을 아노라 하니라" 사사기 17장 13절
미가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복을 주실 것이라 기대하며 기뻐합니다. 눈에 보이는 모양으로는 복 받을만한 열심이 보이기도 합니다. 멋진 신당을 짓고, 값비싼 신상과 제사장의 에봇, 드라빔을 갖추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복을 빌어 줄 레위인을 고용하여 제사장으로 세웠습니다. 거룩을 외치며 복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그러나 미가의 열심에는 정작 하나님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무시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은 드러나지 않았고 오로지 미가의 욕망만 있습니다. 그럴듯하게 포장되었으나 결국 자신의 욕망을 위해 하나님을 이용하려 하는 겉만 바뀐 바벨탑이었고, 우상숭배의 금송아지 였습니다.
우리의 예배, 우리의 열심, 우리가 원하는 복을 생각해봅니다. 멋진 예배당은 하나님이 임재하실만한 거룩한 장소로 보입니다. 하나님께 복 받겠다는 일념으로 종교적 열심을 다합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 하나님이 없다면 그 모든 열심도 화려함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는 말씀을 기억합니다.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한 가지는 참된 믿음입니다. 참된 믿음은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말씀에 순종 하는 삶으로 열매 맺습니다. 미가의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신앙으로 포장된 나의 욕망이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참된 믿음이 복 됩니다. 우리의 예배, 우리의 삶이 오직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진실함으로 채워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