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 야일의 아들들
사사기 10장 1-18절
사사 야일의 아들들
사사기 10장 1-18절
이스라엘이 고난 중에 하나님을 기억하고 주의 이름을 부르며 간구할 때,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사람인 사사를 지도자로 세우시고 이스라엘을 구원하게 하셨습니다. 사사는 하나님의 구원의 도구이자 축복의 통로였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죄악이 반복되면서 사사들 역시 점차 실패와 타락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사사 기드온과 그의 아들 아비멜렉의 시대부터 하나님의 사람답지 못한 사사들이 등장합니다. 스스로를 높이려는 교만을 떨쳐내지 못한 기드온의 연약함은 아들 아비멜렉의 끔찍한 죄악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스라엘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해야 할 사사가 우상숭배의 빌미를 제공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높여야 할 사사가 자신의 영광을 좇아 왕의 자리를 탐냈습니다. 이는 점점 더 깊이 죄의 늪에 빠져드는 이스라엘의 영적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아비멜렉의 비참한 최후 이후 잇사갈 지파의 돌라가 사사가 되어 이스라엘을 구하고 23년을 다스렸고, 그 뒤를 이어 사사의 소명을 받은 사람이 길르앗 사람 야일입니다.
"그 후에 길르앗 사람 야일이 일어나서 이십이 년 동안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니라. 그에게 아들 삼십 명이 있어 어린 나귀 삼십을 탔고 성읍 삼십을 가졌는데 그 성읍들은 길르앗 땅에 있고 오늘까지 하봇야일이라 부르더라. 야일이 죽으매 가몬에 장사되었더라" 사사기 10장 3-5절
드보라나 기드온처럼 부르심과 소명의 성취, 그리고 생애의 마지막까지 구체적으로 기록된 사사들을 '대사사'라 부릅니다. 반면 삼갈이나 돌라처럼 몇 문장으로 짧게 소개된 사사들을 '소사사'라 하지요. 야일 역시 소사사 중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짧은 기록 속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의 큰 실패의 분명한 전조를 볼 수 있습니다. 야일은 22년 동안 이스라엘의 사사였지만, 그가 사사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사는 이방 족속의 침략에서 이스라엘을 구하도록 하나님께서 세우신 믿음의 일꾼입니다. 그런데 야일이 어떤 고난에서 이스라엘을 구했는지 본문은 말하지 않습니다.
"아비멜렉의 뒤를 이어서 잇사갈 사람 도도의 손자 부아의 아들 돌라가 일어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니라 그가 에브라임 산지 사밀에 거주하면서" 사사기 10장 1절
돌라 역시 어떤 적으로부터 구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성경은 그가 이스라엘을 구원하였다고 분명히 전합니다. 반면 야일에게는 그런 언급조차 없습니다. 본문이 전하는 것은 다소 엉뚱한 사실입니다. 야일에게 아들 삼십 명이 있어 어린 나귀 삼십을 탔고 성읍 삼십을 가졌다는 것이지요. 아들과 나귀와 성읍의 수가 같은 것을 보면, 야일이 길르앗 땅의 성읍들을 아들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고 다스리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길르앗은 요단강 동편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정착한 지역입니다. 정상적인 부부 관계에서 서른 명의 아들을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 기드온처럼 야일도 여러 부인을 두고 왕이 누릴 법한 부와 권세를 누렸던 것 같습니다. 성읍을 아들들에게 나누어주며 권력을 세습하는 모습은 마치 길르앗의 왕이라 불릴 만합니다. 하나님의 믿음의 일꾼이요 이스라엘의 구원자여야 할 사사가 세상의 권력자로 전락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못하고 가나안의 죄악에 빠져 스스로 가나안과 같아진 이스라엘처럼 말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마태복음 5장 13절
예수님의 말씀처럼 맛을 잃은 소금은 아무 쓸데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소명을 잊은 사명자 역시 그 가치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축복 받아야 할 하나님의 사람이 오히려 스스로 죄인이 되어 심판의 자리에 서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로 구원 받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시고, 하나 님의 일을 이루는 믿음의 소명을 맡기셨습니다. 그러나 죄의 유혹에 흔들리고 의심과 두려움의 덫에 빠지면 어느새 소명을 잊고 세상을 좇아 하나님께 등을 돌리게 됩니다. 세상을 살리기 위해 세우신 교회가 그 맛을 잃고 죄악된 세상과 같아지면 결국 함께 무너지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소명을 잊고 죄악을 좇는 사사들의 이야기는 오늘 우리 시대에도 반복됩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 그릇된 욕망을 이루려는 거짓 목자들, 믿음의 열정을 잃고 세상의 헛된 성공만을 좇는 허울뿐인 성도들, 자신의 생각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포장하는 악하고 어리석은 열심들이 계속됩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사사들의 뼈아픈 실패를 돌아보며, 지금 나는 소명을 기억하며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고 있는지 우리 각자의 삶을 살피고 기도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