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손의 은사 낭비
사사기 16장 1-31절
삼손의 은사 낭비
사사기 16장 1-31절
"삼손이 가사에 가서 거기서 한 기생을 보고 그에게로 들어갔더니" (사사기 16장 1절)
삼손의 약점은 여인을 향한 욕망과 집착이었습니다. 이미 블레셋 여인과의 결혼으로 큰 소동을 일으켰던 그가 이번에는 블레셋 최대 성읍 가사에서 만난 한 기생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거룩하게 구별된 나실인이자 사사인 삼손의 무너진 영성과 도덕성이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블레셋 군사들이 삼손을 죽이려고 성문에 매복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성경은 그가 성 문짝과 문설주, 문빗장을 빼어 어깨에 메고 헤브론까지 갔다고만 전합니다. 삼손에게는 온 이스라엘의 영웅이 되기에 부족함 없는 놀라운 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께서 주신 그 능력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분노를 쏟아내는 데 낭비했습니다.
"이후에 삼손이 소렉 골짜기의 들릴라라 이름하는 여인을 사랑하매" (사사기 16장 4절)
삼손이 다시 마음을 빼앗긴 여인은 소렉 골짜기의 들릴라였습니다. 그러나 들릴라는 삼손이 아니라 돈을 사랑했습니다. 힘으로는 삼손을 어찌할 수 없었던 블레셋 지도자들은 들릴라를 돈으로 매수하여 삼손의 약점을 알아내게 했습니다.
"삼손이 진심을 드러내어 그에게 이르되 내 머리 위에는 삭도를 대지 아니 하였나니 이는 내가 모태에서부터 하나님의 나실인이 되었음이라 만일 내 머리가 밀리면 내 힘이 내게서 떠나고 나는 약해져서 다른 사람과 같으리라 하니라" (사사기 16장 17절)
자신의 생명은 물론 이스라엘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이 무너질 수 있는 위태로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삼손은 나실인의 규례에도,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도 무관심했습니다. 오직 제 눈에 좋은 대로 욕망에 취해 당장을 즐길 뿐이었습니다. 두 번이나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도 그는 태평했습니다. 거짓 약점을 이용한 블레셋의 습격조차 연인 사이의 장난처럼 여겼던 것 같습니다.
삼손의 힘의 근원은 머리카락이었습니다. 정확히는 머리카락을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능력을 행할 최소한의 자격이었습니다. 이미 술을 마시고 시체를 가까이했던 삼손이 그래도 지켜 온 유일한 나실인의 규례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쾌락에 취한 삼손은 점차 머리카락에 대해 말하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무너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삶 속에서 죄악의 빌미를 허용하고 그 자리에 머물다 보면 결국 죄의 노예가 됩니다. 들릴라의 무릎을 베고 자던 삼손이 깨어났을 때 머리카락은 잘려 나갔고 힘도 사라졌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에게 붙들린 후에야 그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고 머리카락에 주술적 능력이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머리카락이 잘려서 힘을 잃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에 하나님께서 힘을 거두신 것입니다. 진짜 문제는 힘을 잃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끊어진 것입니다. 죄에 빠져 스스로 하나님을 떠난 삼손은 나약한 한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그를 붙잡아 그의 눈을 빼고 끌고 가사에 내려가 놋 줄로 매고 그에게 옥에서 맷돌을 돌리게 하였더라" (사사기 16장 21절)
블레셋 사람들은 삼손의 눈을 뽑았습니다. 이제껏 제 눈에 보기 좋은 대로 살던 삼손의 눈이 사라진 것입니다. 하나님 없이도 완전할 수 있다던 교만은 비참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블레셋 성읍들을 마음대로 오가던 그가 놋 줄에 매인 채 감옥에서 맷돌을 돌립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그때에도 삼손의 머리털은 자라고 있었습니다. 블레셋은 승리에 취했고 삼손은 절망했으나,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구원하시려는 당신의 계획을 이루어 가고 계셨습니다.
다곤 신전의 큰 제사에 끌려 나온 삼손은 살아 있는 전리품이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삼손의 패배를 하나님의 패배라 비웃으며 다곤을 찬양했습니다. 잔치가 이어지는 동안 삼손은 신전을 떠받치는 두 기둥 사이에 서서 기둥에 손을 얹고 마지막 간구를 드립니다.
"삼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어 이르되 주 여호와여 구하옵나니 나를 생각하옵소서 하나님이여 구하옵나니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 나의 두 눈을 뺀 블레셋 사람에게 원수를 단번에 갚게 하옵소서" (사사기 16장 28절)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으셨습니다. 삼손이 죽을 각오로 두 기둥을 밀자 신전이 무너졌고, 그 자리에 모였던 수천의 블레셋 사람이 몰살당했습니다. 삼손이 평생 죽인 사람보다 더 많은 수였습니다. 그의 가장 큰 승리였지만 너무나 슬픈 승리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삼손의 간구는 자기중심적이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영광이나 이스라엘의 구원이 아니라 두 눈을 잃은 개인적 원한을 갚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은 승리하셨으나 삼손은 실패했습니다. 하나님 안에 살았다면 더 놀라운 일을 이룰 수 있었을 그가, 타락한 영성과 소명에 대한 불순종으로 목숨을 바치고도 온전한 승리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는 이십 년 동안 사사로 살았으나 그의 때에 이스라엘은 평안하지 못했습니다.
삼손의 어리석음은 하나님 앞에 선 우리의 약함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우리도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를 헛된 욕망을 채우는 데 낭비할 때가 많습니다. 죄의 유혹에 무너져 마땅히 지켜야 할 삶의 모습을 잃어버릴 때, 나의 삶은 물론 하나님께서 맡기신 소명도 이룰 수 없습니다. 한 걸음 떨어져 보면 분명한 어리석음도 내 삶이 되면 반복되기 쉽습니다. 지금 나는 하나님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습니까. 나의 약함을 공격하는 시험에 맞서 죄와 싸워 이길 성령의 능력을 구하는 오늘이 되기를 바랍니다.